단양 8경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는 8곳의 명승지를 지칭하여 단양 8경이라고 합니다. 도담 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습니다.
도담삼봉
단양팔경 중 가장 많이 사랑받고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도담삼봉은 남한강 한가운데 바위 봉우리 세 개가 나란히 있는 국내 유일한 곳입니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가 ‘삼봉’이라는 호를 붙일 정도로 깊이 사랑했다고 하며, 후세 사람들은 이곳에 그의 동상을 세워 늘 단양 도담삼봉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양 도담삼봉은 2008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는데, 남한강과 소백산, 주위 풍광이 잘 어우러져 있어 옛날부터 시인이나 화가가 즐겨 찾던 곳입니다. 퇴계 이황,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기야 이방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작품(사진)을 도담삼봉에 있는 ‘삼봉 스토리관’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단양 도담삼봉은 언제라도 방문하여 즐길 수 있지만, 이른 봄, 가을 아침에 물안개와 함께 감상하면 매우 신비스럽고, 오묘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소백산에서 솟아오르는 일출과 함께하는 것은 더욱 색다릅니다. 단양 도담삼봉 근처에는 단양팔경 중 국가 명승인 ‘석문’도 있으니 꼭 같이 들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운데 가장 큰 봉우리에 있는 정자는 조선 영조 때(1766년) 단양군수 조정세가 ‘능영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웠으나, 앞에 살던 나루터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인해 바로 철거되었고, 여러 번 다시 짓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현재 도담삼봉 정자 ‘삼도정’은 1972년 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로 다시 지은 것입니다. 묘하게도 그 정자 덕분에 단양 도담삼봉의 멋이 한층 깊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소
단양시 매포읍 삼봉로 644-33
석문
단양 도담삼봉에서 북쪽 200여 미터에 있는 석문은 커다란 석회암 동굴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동굴은 무너지고 입구 부분만 남게 되었습니다. 무지개처럼 원형으로 된 석문은 자연이 빚어낸 것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의 조형미를 뽐내며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특히 정글처럼 울창한 숲 사이로 내려가면 마치 고대 유적으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석문 사이 남한강과 도담마을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사진 프레임에 담긴 한 폭의 그림 같아 더욱 정감이 갑니다. 지금도 동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고할미 전설이 숨어있는 단양 석문
옛날 옛적 하늘에서 물을 뜨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 할미가 비녀를 찾으려고 손으로 흙을 판 것이 99마지기 논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치가 무척 좋아 이곳에서 평생을 지내며 농사지었다고 하여 선인옥답이라 부르고, 수확된 곡식은 하늘나라 양식으로 썼다고 합니다. 한편 술과 담배를 좋아했던 마고할미는 죽어서 바위가 되었는데,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양 석문을 감상하는 3가지 방법
1. 계단으로 올라가기
170여 개 철계단을 씩씩하게 올라, 계단 끝머리에 있는 정자에서 가쁜 숨을 정리하며 단양 도담삼봉을 바라보면 또 다른 모습의 도담삼봉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자에서 약50여 미터 더 가면, 단양 석문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2. 강에서 감상하기
황포돛배나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짙푸른 남한강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높은 절벽에 자리 잡은 거대한 단양 석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3. 강 건너 도담마을에서 바라보기
강 건너 도담마을에 있는 도담정원으로 가면 황포돛배로 강을 건널 수도 있고, 차량으로 삼봉 대교를 거쳐 마을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강 건너의 단양 석문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담정원’의 갖가지 꽃향기에 취해 볼 수 있습니다.
사인암
형형색색의 병풍 같은 50미터 절벽 단양 사인암은
맑고 푸른 남조천(운계천) 여울 속에 도도히 자리 잡은 단양 사인암은 화강암인데도 불구하고 갈색, 녹색, 회색 등 형형색색으로 되어 있고, 가로, 세로로 갈라져 있어(수직, 수평 절리) 아주 희귀한 모습을 뽐냅니다. 혹자는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러한 절리로 인해 바위 곳곳에 무너져 내린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떨어져 나간 바위가 갈색이고, 특히 아랫부분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합니다. 낙석 위험이 높아 사인암 아래쪽은 절대 출입 금지입니다. 고려 말 문인이었던 역동 우탁은 단양이 고향이어서 이곳을 자주 찾았는데, 이를 기려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 임재광이 역동의 정 4품 벼슬을 인용하여 사인암이라 이름 지었다.
사인암 주위의 자연 작품들
어쩌다 폭포
사인암 출렁다리를 건너, 마주 보이는 절벽에 시커먼 흔적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그곳을 따라 흐르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는 제주 엉또폭포처럼 비가 많이 와야 볼 수 있는 폭포입니다. 혹여 비가 내려 불편한 상황이라도 마음에 위안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일 년에 겨우 10여 일 정도 이 폭포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 형상
사인암 맨 왼쪽 절벽을 살펴보면 커다란 얼굴 형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처 형상이라는 사람도 있고,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습니다. 수천만 년에 걸쳐 자연이 빚고 조각한 형상을 보고 있자면 그 신비한 오묘함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됩니다.
유유자적 거북 바위
출렁다리 계곡 한 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 거북이로 보인다. 20여 미터 상류에 있는 사선대바위 사이에서 갓 빠져나온 것 같은 형상이다.
구담봉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은 기암절벽 바위가 강물에 비쳐 어른거리는 모습이 마치 거북 등껍질 같다 하여 호수 속 거북, 구담이라 하였습니다. 구담봉은 그 이름으로 인해 아홉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 ‘구(九)담봉’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강 중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지점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봉우리가 바로 단양 구담봉입니다. 사시사철 절경을 자랑하지만, 특히 가을 단풍이 절정에 달할 때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입니다.
단양읍에서 구담봉을 향하는 36번 국도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뽑힐 정도로 수려하고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퇴계 이황은 중국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 없다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단양 구담봉을 제대로 보려면 계란재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 아기자기한 등산길을 오르막 내리막 걷다 보면 구담봉 근처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상에는 접근할 수 없고, 또한 그 전체를 한눈에 보기도 어렵습니다. 구담봉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이나 관광선을 타야 합니다. 제비봉, 금수산, 강선대, 멀게는 월악산 줄기를 감상하면서 구담봉을 손에 만지듯 둘러보는 것이야말로 구담봉을 확실히 즐기는 방법입니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이라 불리던 이지번이 이곳에 머무르며 학문을 닦고 청유하면서 칡넝쿨을 구담봉 양쪽에 매고 학을 만들어 탔는데 사람들이 이를 보고 구선(구담봉 신선)이라 불렀습니다. 구담봉의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는 누구라도 신선이 되고, 전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옥순봉
옥순봉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 순처럼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 있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기암으로 이뤄진 봉우리가 워낙 독특하고 아름다워 작은 금강, 소금강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단양 구담봉과 함께 충주호 유람선이나 관광선을 타고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특히 가을 단풍 계절에는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옥순봉은 본래 청풍(현재 제천) 땅에 있는 것인데 이곳이 단양팔경에 속하게 된 데에는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조선 명종 때 단양 군수였던 퇴계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 달라고 청풍 부사에게 청하였으나 아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요청하기가 껄끄러웠던 퇴계 이황은 고민 끝에 옥순봉 석벽에 단양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의 단구동문이라는 글귀를 새기면서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단구동문 암각자는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물속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인근 구담봉과 함께 여러 시인, 화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절경지이기도 합니다. 연산군 때 김일손은 여지승람에,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은 산수록에 이곳의 뛰어난 경치를 칭송하였습니다.
상선암
단양팔경 중 하나인 단양 상선암은 선암계곡 가장 위에 있다고 하여 위쪽에 있는 바위, 즉 상선암이라고 불립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올망졸망 모여 있어 순박하고 정 많은 우리네 조상을 연상케 합니다. 계곡물은 맑디맑은데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르러서 안전을 위해 계곡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단양 상선암은 올라가기 다소 까탈스러운 도락산 등산로 입구에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는 너른 주차장과 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물소리, 깨끗한 햇볕과 함께 한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양 상선암은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단양 느림보 유람길 중 1구간인 선암골 생태유람길 중간에 있으나, 상선암에서 중선암을 거쳐, 하선암까지 단양팔경 3곳을 방문하면서 깔끔하게 단장한 데크길을 유유자적 신선이 되어 걸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선암계곡에는 단양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소선암 오토캠핑장과 소선암 휴양림, 국립공원 공단의 하선암 카라반 야영장, 대잠리 마을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소선암 자연발생 유원지, 그리고 단양 청소년 수련원을 비롯하여 수많은 펜션과 민박이 있어 개인, 단체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는 지역입니다.
중선암
조선 효종 때 문신인 곡운 김수증이 이름을 지은 단양 중선암은 선암계곡에 있는 단양팔경 3곳 중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선암에는 옥염대와 명경대라는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있는데 이 중 옥염대에는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충청도 관찰사로 재임하던 길보 윤헌주(1717년)의 글을 바위에 새긴 것으로 근처 네 지역(단양, 제천, 영춘, 청풍)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새긴 석공의 이름과 날짜도 함께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명승지에 자주 발견되는 것이 방문한 사람의 이름인데, 단양 중선암에는 무려 300여 명이 넘는 선인들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상선암, 하선암과 달리 도로에서 200여 미터 벗어난 곳에 있지만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퇴계 이황은 이 계곡을 신선이 노닐다간 자리라 하여 선암계곡을 삼선구곡이라 이름 짓기도 했습니다.
하선암
월악산 물줄기가 남한강으로 흐르는 선암계곡은 단양팔경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3곳을 품고 있습니다.
3층으로 된 단양 하선암은 넓이가 30미터이나 되어 마당을 이루고 있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는데, 그 형상이 미륵 같아 불암, 미륵바위라고도 불립니다. 이 바위는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 임재광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이라 하였는데, 거울같이 맑은 물이 밤낮없이 흐르고 있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것은 단양 하선암의 팔색조 같은 매력 때문일 것입니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짙푸른 나뭇잎과 맑고 영롱하고 시원한 계곡물, 가을에는 단풍이 만발한 풍광을 즐길 수 있어 가히 신선이 노니는 별천지라 부를 만합니다. 특히 하선암은 59번 국도에 바로 면하고 있어 손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